수능이 끝난 직 후, 지하철 역이나 길거리에서 광고 전단지를 나누어 주는 젊은 친구들이 부쩍 많아졌다. 
보통 맛집 전단지 등은 나이 드신 아주머니들이 많은데, 이 시기가 되면 젊은 사람들도 부쩍 많아지는 것 같다. 
그리고 그 전단지를 받아 들면, 98년 수능을 갓 마치고 전단지 아르바이트를 했던 일들이 문득문득 떠오를 때가 있다. 
남이 일 같지 않아서 받고는 다시 한번 돌아보곤 한다. 

 나도 그랬었다. 
특별한 주변머리도 없고, 알바라는 것도 제대로 해보지 않았던 내가 택했던 첫 아르바이트가 바로 전단지 돌리기였다. 
하루 동안 돌려야 할 할당량을 받고, 장당 얼마의 수당을 받는 시스템이었다.
처음의 만만한 느낌과는 다르게, 생각만큼 전단지의 양도 줄지 않았다. 
거기다 기온까지  떨어지기 시작하는 오후가 되면, 빨리 벗어나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아 지곤 했다.

  사람들의 귀찮아 하는 표정, 외면하고 싶어 하는 시선들까지 견디면서 전단지를 돌려야 했었다. 
그때의 기억때문일까? 번화가를 지나다 보면 의례 내앞에 나타나는 수많은 전단지들을 나는 외면하지 못한다. 
한참을 겆다보면 내손에는 전단지가 한주먹 쥐어져 있기가 일쑤다.

 하지만, 난 번거롭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무겁지도 않은 전단지 받아주면 어떠한가?
내가 전단지를 받음으로 그분들이 조금이라도 빨리 더 많은 전단지를 돌릴 수 있다면 난 그걸로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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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하지 않다.
겨울비 추적거리는 골목 한켠,
박스줍는 노인의 손하나 녹일 수 없는 불은
따뜻하지 않다.

밝지 않다.
쪽방촌 방하나 밝힐 수 없는 불은
환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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