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제국을 접한것이 정확히 기억이 나진 않지만, 중학교 1학년 겨울 방학 이었던것 같다.

모두가 다 잠든 어두운 안방에 웅크리고 않아서 TV에서 방영하던 주말의 명화를 통해서 이 영화를 처음 만났었다.

그때나는 남쪽의 고향집을 떠나 지금 생각해도 꽤나 어린 나이에 서울에서 유학생활을 시작하던 때였다.

마냥 새로운 일들로 가득차 있을것 같던 나의 유학생활도 고향에 대한 향수와 부모님 정이 고파 몸도 마음도 무척 지쳐가던 시기였다.

(문화의 차이, 지방에서왔다는 멸시, 그리고 상급생이 되면서 폭력적으로 변해가는 교실의 분위기에 스트레스가 많았었다.)

그당시 방학은 나의 유일한 해방구였고, 마음의 안식이었다.

언제나 온기가 도는 집과, 부모님 누나들의 일상이 있는 우리집은 나에게 언제나 안도감이 드는 공간이었다.


이영화를 접한 시기가 바로 이 시점이었고, 힘든 유학생활은 애써 잊고 집에서의 안식을 즐기며 생활할 때였다.


영화는 꽤나 재미있었다.

제이미 그래이엄이 격게되는 갑작스러운 가족과의 이별, 그리고 수용소 생활에서의 적응과 여러 유쾌한 활약들....

내 또래의 주인공의 성장이었기에 더 몰입해서 재미있게 보았다.

 

하지만 20년이 지난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장면은 그런 줄거리가 아니었다.

사춘기의 시작점에서 나의 마음을 흔들었던 한 장면은 바로 마지막 장면이었다.


일본의 무조건 항복으로 전쟁은 끝났고, 수용소 인원들은 가족과의 재회를 기다리며 서있는 장면이 나온다.

그 인파들 속에 그래이엄역시 무표정한 표정으로 서 있는 장면이 나온다.

무리들 속의 얼굴을 하나하나 살피며 아들의 모습을 찾던 어머니는 결국 헤어질때보다 부쩍 자라있는 아들의 모습을 발견하고 눈물지으며 끌어 안는다. 하지만 그레이엄은 재회후에도, 어머니의 눈물젖은 얼굴이 자신에게 기대와도 무표정한 얼굴은 변하지 않는다.


나는 이 장면에서 정말로 펑펑울었다. 가족이 깰까봐 소리내어 울지는 못했지만 자막이 올라갈때 까지도 눈물이 멎질 않았던 기억이난다.

난 그때 부모와 가족을 떠나서 지낸다는 것이 어떤것인지를 조금씩 느껴가던 시기였고,

내가 유학을 위해 잠시 떠난다고 생각했던 이 이별이 자주 볼 수는 있겠지만, 그래도 꽤나 긴 기간동안 지속될 것이라는것을 몸으로

느끼기 시작할 때였다.

그리고 그 영화속에서 느낀 감정은, 많은 시간이 지난 후의 내 모습이....

부모님을 대하는 내 모습이 저렇게 무표정하게 변해 있을것 같은 두려움 이었다.


세월이 많이 흘러 직장 생활을 시작했을때, 유연히 내벳은 직장 선배의 한마디가 이때의 감정과 혼란을 명확하게 해 주었다.

'부모님은 사랑을 줄 수 있는 시기가 있으며, 자식들도 사랑을 받아 들일 수 있는 시기가 정해져 있다.'는 말이었다. 


난 학업을 하는 동안 방학이면 고 3때도 집에서 가족들과 생활 할 정도로 많은 시간을 부모님과 보내려 노력했고, 지금도 그 노력은 변함이 없다.

그리고 부모님도 그렇게 하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이 신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가끔씩, 어머니는 내 학창시절을 옆에서 두고 보지 못하고 아들이 훌쩍 커 버린것에 대해 가끔은 허전 하다는 말씀을 자주 하신다.

나역시 뭔가 좀 어리광도 부려보고 싶고, 사춘기 시절에 쑥스러워서 옆에서 살갚게 해드리지 못한게 아쉬워 옆에서 좀 많은 말들을 하려 하면 어색해

하시는것이 느껴질때가 있다.

그럴때면 우리는 매일 서로 사랑을 주고 받고 살고 있지만, 사랑을 주고 싶던 시기와 사랑을 받고 싶던 일정기간의 시기가 지나 버렸음을 마음으로 느끼고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스치곤 한다.


요즘의 기러기 가족들을 보면 난 비슷한 감정을 느낄때가 많다.

아이의 인생도 중요하지만 그 기간의 받아야할 사랑이 있고, 그 사랑이 없으면 나처럼 부모정을 고파하며 살아 갈 수도 있을텐데... 하는 연민이 들기도 한다.


몇년에 걸쳐 외로운 객지 생활을 하면서 가끕씩 의미를  곱 씹어 보던 영화의 한 장면을 정리해 보았다.

사랑하는 사람과 한 가정을 이룬 지금은 사랑에 대한 고픔이 조금은 나아진것 같다.

하지만 가족의 의미를 생각할 때마다 난 이영화를 제일 먼저 떠올릴 것이다. 그리고 이 영화에 대한 나의 갈무리는 계속될 것이다.





태양의 제국 (1989)

Empire of the Sun 
8.2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출연
크리스찬 베일, 존 말코비치, 미란다 리차드슨, 나이젤 하버스, 조 판톨리아노
정보
전쟁, 시대극, 드라마 | 미국 | 154 분 | 1989-0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