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모른다
김사인
나의 옛 배고픔들은 어디로 갔을까
땡볕 아래서도 촉촉하던
그 마당과 길들은 어디로 갔을까
나의 옛 개울은,
따갑게 익던 자갈들은 어디로 갔을까
나의 옛 앞산은,
방이면 굴러다니던
도깨비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러닝구와 파자마 바람으로도
의젓하던 옛 동네어른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러닝구와 파자마 바람으로도
의젓하던 옛 동네어른들은 어디로 갔을까
누님들, 수국 같던 웃음 많던
나의 옛누님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나의 옛 배고픔들은 어디로 갔을까
설익은 가지의 그 비린내는 어디로 갔을까
시름많던 나의 옛 젊은 어머니는
나의 옛 형님들은,
그 딴딴한 장딴지들은 다 어디로 사라졌을까
나의 옛 비석치기와 구슬치기는,
등줄기를 내리치던 빗자루는,
나의 옛 아버지의 힘쎈 팔뚝은,
고소해하던 옆집 가시내는 어디로 갔을까
나의 옛 무덤들은, 흰머리 할미꽃과
사글파리 살림들은 어디로 갔을까
나의 옛 봄날 저녁은 어디로 갔을까
키큰 미루나무 아래 강아지풀들은,
낮은 굴뚝과 노곤하던 저녁연기는
나의 옛 캄캄한 골방은 어디로 갔을까
캄캄한 할아버지는,
캄캄한 기침소리와 캄캄한 고리짝은,
더 어디로 흩어졌을까
나의 옛 나는 어디로 갔을까,
고무신 밖으로 발등이 새카맡던
어린 나는 어느 거리를 떠돌다 흩어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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