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데 6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마치 생활을 관성에 맡기고 내버려 뒀다가 새삼 내가 어디 쯤에 있는지를 생각하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이 필요하듯,

그렇게 침대 한켠에 배갯잇처럼 던져두었다가 다시 나름 정신을 다잡고 읽기를 반복한 끝에, 

책의 마지막 장을 휴일 아침 커피의 힘을 빌려 넘길 수 있었다. 


아프고 쓰라렸다. 

우리에게는 너무 아파서 애써 들여다보거나 건드려보지 않는 상처가 저마다 있다. 

너무 오랜동안 외면하려 애써왔던 상처여서 어느 순간 본인도 괜찮은 줄로만 알고 지내오던 상처 말이다. 

이 책의 이야기들은 그 상처들이 거기 있었음을, 그리고 아직 아물지 않았음을 직접 상처를 건드려서 알려 주었다. 

그래서... 읽다가 놓기를 반복했었다. 

읽다가 힘들어지면 언제나 그래왔듯 바쁜일상뒤에 숨고, 

트렌디한 티브이예능들과 주변의 경조사들을 쫓아다니며, 난 여전히 바깥의 여름속에 있다고 자위하며 지내버렸다.


하지만 소설이 결국 건드려준 것들 속에는, 감당못할 아니 책임지지 못할 사랑에 대한 내 죄의식이 있었고, 

언제까지고 존재할 것 같던 일상과, 함께했던 시간들의 갑작스런 부재에 대한 당혹스러움과 막막함이 있었다.  


난 여전히 겨울을 나고 있었고, 이리저리 흩날리는 눈처럼 갈 곳을 몰라 부유하고 있었다.

올해는 진짜 여름을 나기 위한 준비를 해보고 싶다.